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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글로 배웠어요 11 - 이 사단의 시작

켄지 3 267

통기타이야기 초기에는 허접한 강좌를 만들어 올렸다. 오프라인에서는 기타를 가르쳐본 적 없는 사람이라 강좌의 맥락도 없었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하면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릴 강좌를 만들었다. 아는 게 없으니 할 얘기도 별로 없어서 짧게 만들어서 올렸는데 만들다 보니 이런 식으로 하면 길게 가는 게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워들은 이야기는 출처도 없었고 틀린 것도 많았다. 아는지 모르는지도 몰랐으므로 안다고 생각하고 설명하는 게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유저들이 지적해 주는 것들을 학습할 수 있었다. 틀려도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었지만 모른 채로 올리고 뒤늦게 알게 되어 배우는 것들이 많았다. 


기타를 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것도 역시 어디선가 들어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는 몰랐다. 내가 무언가를 아무리 잘 한다 한들 사람들에게 잘 이해시키고 체계적인 구조를 심어주는 것은 또 다른 실력이 필요했다. 살면서 누군가를 가르쳐본 적이 없어서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니 강좌 영상에서는 "이거는 이렇게 잡는 거고요 이렇게 치시면 됩니다." 이 이상의 설명이 불가능했다. 이유와 맥락이 있을 텐데 그런 설명은 하나도 없이 "이렇게 하시면 되고요 안 되면 될 때까지 하시면 돼요."라는 식으로 무책임한 설명을 했다. 그러니 강좌가 짧을 수밖에.


사업 초기에 이런 영상을 올리고 나서 한동안 강좌를 만들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레슨에 대한 문의도 있었지만 가르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아 매번 거절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1도-4도-5도 형식으로 강좌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F나 B 키는 빼고 C, D, E, G, A처럼 쉬운 코드로 된 곡들의 1도-4도-5도만 배워두면 그래도 배우는 게 쉬워지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후인 2011년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간 본격적으로 강좌를 만들기 시작했다. 강좌는 30강-30일짜리였다. 30일만 하면 기초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준비하였다. 물론 레슨을 해본 적 없으므로 실제 초보자들에게 이 과정이 작동할지는 의문이었다. 처음에는 차곡차곡 진행이 되는 듯 보였으나 뒤로 갈수록 내가 아는 것들이 나열되기 시작했고 난이도도 상당히 많이 올라가 있었다. 단순히 생각해도 30일 만에 기타를 배울 수는 없어 보였다. 그래도 일단락은 해봐야지 싶어 기어이 완성을 해 보았다.


강좌를 제작하는 것이 특히 힘들었었고 뿌듯했던 이유는 천성이 용두사미 같은 성격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의욕적인데 하다 보면 그냥 흐지부지 되는 게 많았다. 홈페이지 제작 알바를 할 때도 늘 그랬는데 마무리하는 게 죽도록 싫어서 마감 기한을 늘 넘어서곤 했다. 너무 늦어지면 안 되니 마무리는 하는데 그 퀄리티가 늘 좋지를 못했다. 역시 긴 호흡의 무엇인가를 하는 성향이 못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남은 건 하다만 프로젝트들, 결과물이 없는 흐지부지가 전부였다. 내놓을 게 없는 사람이란 걸 느끼고 있었던 때라 사업도 흐지부지 되지 않기를 바랬고 그래서 뭐라도 끝을 보자는 생각으로 강좌 제작에 매달렸다. 그러니 사력을 다해 4개월간 30강의 온라인 강좌를 만들어낸 것이 내심 뿌듯했던 것이다. 홈페이지 유저들이 보기 시작했고 기초를 탈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면서 게시판 안에서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온라인 강좌라는 걸 처음 시도해 보았다. 


때마침 연남동에 통기타 시연 매장을 하나 오픈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연남동에 있는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레슨을 시작했다. 나는 저녁만 되면 전단지를 프린트해서 벽에 붙이고 다녔다. 벽보에는 '통기타 레슨'이라고 크게 써 있었고 하단에는 전화번호를 하나씩 떼어갈 수 있도록 칼집을 내놓았다. 효과가 있을까 싶었지만 1, 2주 사이에 열명 정도의 레슨생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가르치는 것을 처음 하다 보니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다. 어떻게 오시게 되었나요, 무얼 배우고 싶으신가요 등등 식상한 질문을 한 후에 어떤 실력을 키우고 싶은지, 무슨 노래를 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질문이 진부하니 대답도 진부하게 다가온다. 마땅히 선정해둔 교재도 없었으므로 통기타를 판매할 때 사은품으로 제공하던 이정선 음악사의 첫걸음 통기타라는 교재를 사용해서 기초를 연습했다. 


질문을 이어갔다. "A 코드 잡을 줄 아시죠? 이거도 되시나요? 어, 되는군요. 그러면, 다음으로 넘어갈게요. 이 곡 아세요? 아, 옛날 노래라 잘 모르시는군요. 그럼 비슷한 곡을 한번 찾아보죠. - 프린트를 해온다 - 이 곡은 어때요? 이 부분이 좀 어렵긴 한데 해보실 수 있을 거예요. 5분만 연습하고 계세요. 제가 비슷한 난이도의 곡을 좀 더 찾아볼게요. - 프린트를 해온다 - 쉬운 곡들은 동요밖에 없군요. 이거 리듬 되세요? 아 칼립소 안 되시는구나. 리듬이랑 코드도 동시에 안 되시는군요. 코드 움직임 때문에 그런 것 같으니 리듬 해보시면서 코드 움직임이 잘 되도록 연습해 보세요."


사람마다 현재의 위치, 성장의 속도가 다르다. 그런 것도 모르고 이게 왜 안되시느냐며, 이건 너무 기초적인 건데 이게 안 되면 기타 배우기 어려우니 열심히 연습해 보자고 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쉬운 건데도 어려워했고 그게 안 되어 헤매고 있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연습량이 좀 부족한 것 같으니 많이 해보시라고만 했다. 사실 그 속에는 너무나 많은 디테일이 숨어 있어서 이해를 하면 더 잘 할 것이고 연습할 마음도 충분히 생길 수 있었는데 그 모든 걸 "연습 많이 하셔야 될 것 같아요."라는 설명 하나로 퉁치는 건 사실 성의가 없었다. 물론 레슨이 처음이라 깊이 있는 연구도 못 했고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제대로 체감을 할 수도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깊이 얘기를 해줄 수 있는 해설이 불가능했다. 그저 아는 걸 해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게 고작이었고 교육적 안목이라는 게 단시간에 생기지는 않았다. 레슨을 하면 할수록 교육 내용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3 Comments
별맛콜라 09.29 13:47  
최고의 명언 : 잘 안되는것은 7천번정도 반복 연습 하시면 됩니다!
켄지 09.29 20:30  
7천번이 너무 많으면 일흔번씩 일곱번! ㅋㅋ

Congratulation! You win the 7 Lucky Point!

별맛콜라 09.30 20:19  
ㅎㅎ 7천이나 70번이라는 숫자는 상징적인거고 기타실력은 연습양과 비례한다는걸 배웠죠^^ 첨에는 실력이 왜 빨리 늘지 않을까 하고 조바심이나 조급함이 많았는데 지금은 느긋하게 매일 꾸준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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