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독학을 하는 사람들은 쉽게 치고 싶은걸까 제대로 치고 싶은걸까.
가끔 다른 기타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조건 쉽게 가르쳐야 한다는 파와 어려워도 정석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파로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이 둘의 중간 어디메쯤인 것 같다. 기타는 쉽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언제까지고 쉽게 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려워도 정석대로 치게되면 취미로 배우려는 기타에 흥미를 잃거나 난이도가 높아져서 그만 둘 확률이 높다.
내 강좌는 기초때는 쉽게 배우는 편이고 중급 고급으로 넘어가면 그때서야 제대로 된 구성의 강좌가 나오는 구조로 되어 있다. 통기타 코드14에 들어있는 곡만 보더라도 원래 코드의 곡이 아닌 기본코드로만 연주할 수 있도록 코드가 조금씩 변경되어 있다. (편곡 수준은 아님) 이걸로 기초를 다지고 조금씩 위로 올라가는 모양새가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초급에서는 쉽고 중급, 고급으로 갈수록 뭔가 본격적인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기타독학에 유리한 과정이다.
기타를 배우러 오던 레슨생들에게 어느정도까지 기타를 쳐보고 싶은지, 혹은 기타 어떻게 치고 싶은지를 물어보곤 하는데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 정도를 치고싶어한다. 완전 잘 치려고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거고 쉽게만 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개인의 학습 태도에 관련된 부분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면 결국은 음악의 이해도 좋아지고 싶어하고 연주도 수준급으로 올라가고 싶어한다. 즉 기초는 다져놓는다 하더라도 뭐라도 하나는 제대로 치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평생 다져가는 것이 즐거운 기타 인생일 것이다.
쉽게 가르치는 곳들도 물론 많을 것이다. 주변만 둘러봐도 쉽게 가르치고 어떻게든 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선생님들도 계시다. 그런데 결국 기초부분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레슨생들은 가르쳐 준 것 말고는 칠 줄 모르고 (코드명도 모르고) 정작 필요한 기본 코드의 깔끔한 운지나 코드 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은 이미 여러 레슨생을 통해서 경험했다. 칠 줄 아는 것도 난이도가 높다보니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약간 슬픈 일이기도 하다. 아무튼 다른 선생님들 이야기를 꺼내 그들의 커리큘럼이 엉망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기타를 배우는 사람들이 뭘 원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르쳐야 즐겁고 제대로 배울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가르칠지를 고민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건 줄 몰랐는데 이미 많은 분야에서 이런 고민을 가지고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과정을 만들어가는 선생님들을 보게되면 분야는 달라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얼마전 클리닉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기타를 처음 배우려고 마음을 먹고 학원엘 갔는데, 중구난방으로 가르치더란다. 그래도 본인은 초보니까 성의껏 연습을 하고 강의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체계가 없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허술하고 체계라는 게 없어서 이번주 다음주가 다른 내용을 배우는 통에 더는 다닐 수 없어서 그만 두었다고 한다.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직 기타 학원에서는 커리큘럼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과 (이번 한 번 들은 것은 아니므로 그렇게 추측하는 중) 기타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배워보면 교사가 커리큘럼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가르치는지는 대번에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후자가 더 중요한 부분이다. 좋은 커리큘럼을 가진 교사가 없다면 레슨생들은 좋은 교육을 받기가 어렵다. 그리고 학생들은 2, 3주만 지나도 이 선생님 중구난방이구만 하고 금새 알게된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내가 만약에 다른 무언가를 배우는데 오늘은 기본기 가르쳤다가 내일은 갑자기 이런거 해볼까요? 하면서 연속성이 없는 강의를 하게 되면 교사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은 학습 수준도 높기 때문에 기타를 가르치는 사람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렇게 쉽게 밑천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제대로 배우고 싶어한다. 제대로 된 곡을 제대로 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고 해도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커리큘럼으로 하나씩 배우고 싶어한다. 배워도 체계적인 과정으로 배워야 내면에 혼란이 없이 스스로 정리하며 배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학원에 다니든 기타독학을 시작했든 그것은 상관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이제 중구난방인 기타독학을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것은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