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생초보에게 크로매틱 연습이란.
<크로매틱이란?>
나는 장비를 먼저 갖추는 편은 아니다.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그랬고 베이스기타를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실력을 기르는데 노력을 기울였고 실력이 차올라 장비가 따라주지 않을때 비로소 장비를 교체했다. 소위 말해 장비빨 보다는 내공과 실력을 우선시 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가 아닌 그것이 본질에 더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반대인 경우도 있다. 그것은 장비를 좋은것, 제대로 된 것을 우선 갖추고 그것이 아깝지 않도록 열심을 내는 방식이다. 그것도 나는 괜찮다고 본다. 비싼거 끊어두면 언제나 본전 생각이 나기 때문에 그것이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사실 이런 것은 개인의 성향일 뿐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제일 문제는 언제나 장비 자체만 좋아할 뿐 실력 향상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지만.
통기타를 배울 때도 불필요한 과스펙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크로매틱 연습이다. 한 번은 레슨생에게 기타를 배우러 가서 첫 날 크로매틱 연습만 하다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물었다.
"잘 되던가요?"
"아뇨 전혀"
크로매틱 연습이라는 것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연습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로 일렉기타 연주자들이 연습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다. 일렉기타는 선율을 주로 연주하기 때문에 손가락의 정밀함을 기르기 위해 크로매틱 연습을 끊임없이 진행하게 된다. 이것을 통해 연주자는 손가락 운지의 정교함은 물론이거니와 연주의 퀄리티도 현저히 높일 수 있다. 실력 전반을 높이는 연습이 크로매틱인데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초보자인 통기타 유저들은 이 연습이 필요 없고 위미 기타에서 그정도로 연습을 할 그럴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기타를 배워가는 과정은 초보의 입장에서 봐도 쉬워야 하고 조금의 노력으로 넘을 수 있어야 하며 지속적으로 해볼 수 있을 만큼 흥미로워야 한다. 크로매틱 연습은 이 모든 것과는 반대다. 오이를 먹기 위해 오이를 재배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크로매틱만 2~3개월 해서 실력이 향상되면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런데 초보가 이런 연습을 하루도 못 한다는 것은 안 비밀. 재미가 없고 음악적이지 않기 때문에 음악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기타라는 것을 배우러 와서 기타를 거들떠도 안 보게 하는 연습이 바로 크로매틱 연습이다. 음악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너무 과한 연습인 것이다. 일렉기타를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핑계를 대도 혼구멍나면서 연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취미생과 입시생은 구별되어야 하고 교사가 알려주고 싶은 것을 알려주기 보다 초보 레슨생에게 필요한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음악을 진지하게만 보는 시선도 취미생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음악은 즐거운 것이며 현실적이면서도 바로 연주해볼 수 있어야 하는 현재성이 있다. 재미 없으면 안하면 그만인 것이다. 교사들이 제대로 가르치려는 의도 때문에 많은 취미생들이 기타를 포기하게 된다면, 자신하고는 안 맞는 악기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서 통기타는 일생동안 없을 것이다. 통기타를 배우는데 있어 뭔가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그냥 안 되는대로 하나씩 하나씩 해도 충분히 통기타를 즐겁게 누릴 수 있다.
오늘 저녁 레슨을 하기 전에 일찍오신 레슨생으로부터 재밌는 영상을 하나 보았는데 통기타코드14 연습곡으로 있는 비와 당신을 친구와 함께 부른 영상이다. 친구는 에코 빵빵한 블루투스 마이크를 들고 레슨생은 옆에서 자신이 배운대로 통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영상만 봐도 너무 즐거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타 한 두달 배워서 이렇게 노래 반주하고 놀 수 있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재는 가치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연주의 완성도 면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음악을 즐긴다"는 것이다. 기본 코드와 리듬 만으로도 노래를 부르고 재밌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대고 진지하게 거 기타 소리가 어떻고 저떻고, 코드가 제대로 잡혔네 아니네 하면서 실력을 논할 필요는 없다. 그것만으로도 재밌는 한 때를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해야 제대로 배우는 것이고 나머지는 다 틀렸다는 식의 접근은 구닥다리가 된 세상이다. 사람들은 각자 배우고 각자 즐기며 자기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스스로 찾아낸다. 그런 시류에 발을 맞추지 않고 내가 옳으며 정석이라는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다. 학교 공부도 아닌데 그런 것을 들이밀며 재미를 반감시킬 필요는 없지 않은가.
크로매틱은 연주자에게 배워야 할 이유가 생겼을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