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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독학 정보

기타를 처음 배우는 날

켄지 0 5545

"안녕하세요 저는 28살 김ㅇㅇ입니다. 기타는 오늘 태어나서 처음 잡아보는 건데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저는 독학으로 조금은 쳐 봤는데 다 까먹어서 제대로 해 보려고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기타는 처음인데 즐겁게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화기애애한 첫인사

그룹 레슨은 언제나 이런 자기소개로 첫 시간을 시작한다. 개인이 아닌 그룹 레슨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학생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평균 4명, 많아야 6명 정도가 함께 배운다. 신청하는 사람들의 레벨도 중요한데 그룹은 언제나 생 초보만 모집한다. 초보들이 기타를 포기하지 않고 즐겁게 배웠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기타 치다가 포기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런 사람들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교사의 지루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나는 똑같은 내용을 열 번 스무 번도 더 이야기하면서 기다려 줄 수 있는 강철 멘탈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초보들의 실력 향상을 돕는 것에 자신 있었다. 

 

이렇게 진행되지 않으면 정말 많은 초보들이 "나는 안되는갑다" 하며 기타를 멀리하게 된다. 평소 좋아하는 노래지만 코드가 어려우면 초보들은 칠 수가 없다. 소리를 제대로 못 내면 본인 스스로에 실망하고 흥미가 떨어지고 기타를 안 치게 되는 것이다. 아르페지오부터 해도 마찬가지다 코드가 잘 안 잡히니까 코드 연습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더해 오른손 아르페지오 위치도 못 잡아서 소리도 못내면 자괴감에 빠지면서 그만 두게 된다. 심지어 기타 배우는 첫날부터 일렉기타 배우듯 크로매틱을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파리를 잡기 위해서는 손이 빨라야 한다며 복싱을 배우는 것과 같다. 초보는 어린 아이를 대하듯 하나부터 열 까지 모든 것을 알려줘야 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하고 머리가 이해해도 손으로는 잘 안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손에서 연습이 충분히 될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한다. 

 

개중에는 근성으로, 혹은 굉장히 타고난 손가락과 자세로 아주 빨리 배우는 사람들도 있다. 남들 어렵게 하는걸 그 자리에서 아수 손쉽게 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음 저는 잘 돼요. 쟤네들은 왜 안 되는거지?" 궁금해 한다. 이런 사람들은 기행종이다. 이런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반론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평범한 사람들은 원래 기타를 잘 칠 수 없는 손가락을 가지고 있다. 하나씩 체계적으로 배우고 연습하고 노래를 부르며 기타를 치다 보면 '익숙'해지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숙달되어 내것처럼 연주가 되는 것이다. 모두다 동일한 코스를 밟아 나가는 것이지만 그 과정이 조금 짧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학습의 과정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잘 가이드하고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교사이다. 

 

각자의 소개가 끝나면 모두들 생전 처음 기타를 받아 들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갓난아기를 사람들에게 건네면 이 작고 부서질 것 같은 피조물을 어떻게 안아야 할지 몰라 엉거주춤한 상태가 되는 것과 같다. 기타 잡는 법은 잠깐만 설명해 줘도 바로 이해한다. 오른 다리 허벅지 위에 통기타 하단의 오목한 부분을 대면 일단 다리 위에서 기타의 자세가 안정된다. 왼 손으로는 손목이 젖혀지지 않고 볼링공을 잡듯 손등이 둥그름하게 되도록 엄지를 위로 올려 넥을 자연스럽게 잡는다. 오른손은 손바닥을 바디의 사운드홀 가운데 놓고 팔꿈치를 자기의 체격에 맞게 바디의 끝 부분에 위치하면 된다. 이렇게 잡으면 오른팔의 팔꿈치, 바디의 옴폭 파인 부분의 다리, 왼 손의 넥이 합을 이루어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자세가 나오게 된다. 이렇게 잡았을 때 자연스럽게 넥이 비스듬히 높아지는 경향을 띤다. 

 

그리고는 바로 세 가지 코드를 배운다. 바로 A코드와 D코드와 E코드다. 이 세가지 코드를 가장 먼저 배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손가락을 벌려서 누르지 않아도 되는 가장 쉬운 코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세 가지 코드만 있어도 간단한 노래를 연주할 수 있다. 즉 기타를 배우는 첫 날부터 기타로 소리를 내면서 음악같은 반주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굉장히 느리게, 그리고 코드 전환에 상당한 애를 먹으면서 연습하게 되는 전제로 말이다. 

 

통기타는 남자가 더 빨리 배운다거나 여자가 더 빨리 배운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 코드를 잡는 것은 전적으로 손가락 움직임과 관련이 있으므로 남녀의 차이에서 오는 실력차는 없다. 오히려 섬세하게 움직이는 여성들의 손가락이 코드를 더 잘 잡는다. 여자들은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작은 움직임을 잘 한다. 즉 디테일에 강하다. 반면 남자들은 움직임이 크고 힘이 세기 때문에 작고 미세한 손가락 움직임을 어려워 하는 경우가 많다. 손가락이 굵은 경우도 있어서 운지가 잘 안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남녀의 신체 조건의 차이에서 오는 실력 차이가 있을수는 있으나 남자들의 대부분은 기타를 잘 친다? 그런건 없다. 편견일 뿐이다. 

 

 

실망하지 마라. 절대 실망하지 마라.  

평소 가지고 있던 멋진 연주를 하는 나의 모습은 첫날 무참히 깨진다. 뭔가 제시된 코드를 잡는 것부터 낑낑대기 시작해서 오른손으로 4비트만 하는 것인데도 왜 이렇게 땀이 나는지 영문을 모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내 손가락이 내 의지대로 움직인다고 믿어왔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타를 배우는 날은 그 신뢰가 깨지는 날이기도 하다. 내 약지를 원하는 위치에 가져다 놓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오늘에야 알게되는 것이다. 통기타 코드를 누르는 것처럼 정밀하고 복잡한 자세를 요구하는 일이 세상 살면서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러니 왼 손으로 코드를 잡는 행동은 굉장히 정교하고 복잡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러니 내 의지대로 움직여지지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A코드를 잡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뭔가 기타하면 떠오르는 그런 모스블, 척척 코드를 잡고 척척 코드 운지를 하는 모습!? 첫 날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들은 아주 느리게 A코드를 잡고 안정적인 느낌이 들면 시선을 오른손으로 돌려 느리게 기타줄을 튕겨서 소리를 내보는 것이다. 이것만 진행해도 꽤 많은 시간이 흐른다. 손을 떼고 다시 A코드를 잡으면 방금 전에 잡은 코드인데도 어떤 사람은 손가락 운지 모양이 바뀌기도 한다. 처음엔 이 세 가지 코드의 모양만 열심히 외우면 된다. A코드는 이렇게 잡고 D코드는 저렇게 잡고 E코드는 요롷게 잡으면서 각각의 코드 모양을 외우는 것이다. 

 

어쨌든 왼손으로 그렇게 코드를 잡고나서 오른손으로 기타줄을 튕기면 '드르르르륵??' 하는 괴이한 소리를 듣게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황하게 된다. '음? 내가 평소에 듣던 맑고 청아한 기타 소리가 아닌데? 이런 사운드는 어디서 케임프롬하였지?' 여기서 1차 위기가 다가온다.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급하게 멘트를 하나 날린다. 

 

"원래 이렇게 코드를 잡고 오른손으로 기타줄을 튕기면 소리가 잘 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손가락 끝은 굉장히 부드럽고 섬세해서 기타줄을 누르면 기타줄이 잘 눌려지는 것이 아니라 기타줄이 손가락 살을 파고 들어가서 소리가 잘 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소리가 안 나는 것에 너무 염려하지 마시고 코드의 모양 잡는 연습을 지속하시는 겁니다. 알았죠?"

 

사람들은 곧 자신의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듣고 크게 안심한다. 소리가 안 나도 괜찮구나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소리는 뒷전으로 넘겨두고 코드 모양을 잡고 외우는 연습에 전력을 기울인다. 그러면 불과 2-30분 만에 세 가지 코드의 위치와 모양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이 익숙해지게 된다. 

 

 

 

손가락이 진짜 아파요!

그러나 연습도 잠시, 손가락이 아파서 기타를 못 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연습한지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았지만 코드를 누르는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치다 말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평소에 이렇게 날카롭고 가느다란 쇠줄을 지속적으로 만져본 적도 없는데다가 그것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눌러야 하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연습한지 얼마 되지 않아 손가락 끝은 빨개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연습을 멈출 수는 없다. 이럴때는 몇 분정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고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고를 반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억지로 참으면서 첫날부터 3-40분씩 연습하면 연습이 끝나면서부터 퉁퉁 붓거나 빨개지기 시작해서 평소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손가락 끝이 아프게 된다. 손톱을 짧게 자르는 경우에는 손톱이 들려서 극심한 고통이 뒤따르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견해가 있지만 거의 두 가지로 귀결된다. 하나는 처음에 엄청 아프게 연습해서 굳은살을 빨리 만들자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천천히 느리게 조금씩 많이 연습해서 아프지 않게 굳은살을 만들자는 것이다. 선택은 각자 하는 것이지만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연습한다고 해서 코드의 위치와 모양이 빨리 외워지는 것은 아니다. 복습도 7-8회를 반복하라고 하지 않던가. 평소 집에서 기타를 손에 닿는 곳에 놓고 티비 보면서 짧게 5분정도 쳐보고 팽개쳐 놓고 다시 돌아다니다가 2, 3분 쳐보고 팽개쳐 놓고 자기 전에 또 잠깐 치고 팽개쳐 놓고를 반복하면 코드의 모양이 생생하게 머리속에 떠오르면서 왼손이 움직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한 번에 길게 연습하지 말고 조금씩 많이 연습하는 방법을 택하면 손가락도 덜 아프면서 코드도 더 빨리 외워지는 것이다. 

 

개중에는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못 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첫날부터 너무 과하게 연습해서 심한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하는 소리이다. 아프면 쉬었다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일단 이 부분에서는 의지보다는 요령이 필요하다. 연습을 어떻게 하건 손가락은 아프다. 그러므로 굳은살이 생기기 전까지는 적절한 연습을 하면서 코드의 위치를 기억하고 코드 전환의 속도를 높여주는 것이 좋다. 처음엔 5분 10분 그렇게 연습하겠지만 나중에는 3-40분씩 연습을 하는데도 전혀 아프지 않고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손가락 호호 불면서 쉬었다가 연습하고 쉬었다가 연습하는 것의 반복이다. 

 

이것이 기타를 처음 배우는 일반인의 일반적인 첫 날의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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