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배우기, 그 어려운 길
기타 배우시다 포기하고
학원, 개인레슨, 동호회같은 곳
기웃거리시는 분들 정말 많습니다.
저는 잘 몰랐는데 그렇게 유랑하시는 분들이
꽤 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셔도 포기하시고
그냥 유튜브로 조금씩 치시면서
기타를 멀리하는 경우도 계시고요.
최근에 그렇게 떠돌다가 몇 분이 저에게로 오셨는데
일종의 교육의 한계를 명확하게 경험하시고
저에게로 오시게 된겁니다.
첫 시간부터 왜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며
왜 연주가 제대로 되는건지에 대한
원리를 떠들어대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기타 배우기를 아예 포기하신 경우도 종종 있으신데
그런 분들은 정말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고 싶다며
제가 기타 레슨에 대한 공지를 올리지 않음에도
물어물어 레슨 받으러 오신 경우가 있었고요.
그래서 몇 개월 째, 몇 년째 함께 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기타 배우기가 어려운 이유라고 한다면,
일단 제가 본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 바로
교사 위주의 시스템인 것 같았습니다.
잘 치는거랑잘 가르치는거랑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아는 노래 위주로
가르쳐 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40대 후반의 형님께서 기타를 배우러
동호회에 가셨는데 본인은 전혀 들어본적도 없는
혁오의 위잉위잉을 가르치시더랍니다.
그 리듬복잡하고 어려운 노래를 말이죠.
다른 것은 둘째 치고라도 모르는 노래를
코드 잡고 리듬 배우는게 말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배우는 사람의 현재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방향성이 없이
교사가 아는 것 위주로만
커리큘럼 없이 중구난방 가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기타라는 악기는 대학에서
정규로 배우는 과정도 아니고 하다보니
제대로 갖춰진 커리큘럼도 없는 상태입니다.
이정선 교수님께서그 기틀을 70년대부터 만들어 두셨지만,
이제는 너무 오래된 과정이라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책이 되어버렸습니다.
개정되어 나오면 좋겠는데 아쉽습니다.
(2017년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그 후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천편일률적인 기타 교재들이 나오고
그것을 수십년간 답습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대에서는 리듬 스트럼과 핑거스타일이 대세인데 말이죠.
제가 기타 배우기 시작한 초보분들에게
가장 먼저 해드리는 얘기는 이겁니다.
"통기타는 배우기 어렵다.
소리도 잘 안 나고 실력도 더디게 쌓인다.
절대 그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제대로 되는 사람
하나도 없으니까 안 되는걸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서 인정하고 하나씩, 정말 하나씩 쌓아올려야
그 위에 실력이 쌓이게 된다."
통기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악기이고
꾸준한 노력이 없이는 절대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저도 레슨 받는 분들의 실력을
초급 중급 고급 과정으로 나눠본다면
초급만 1년 넘게 하시는 경우도 있고
1년도 안 됐는데 중급으로 넘어온 분들도 있고 그렇습니다.
사람마다 발전 속도가 다릅니다.
그렇지만 그 어떤 경우도 통기타를 배우는 맨 처음에
소리를 제대로 낸 사람이 없습니다.
드르륵 디릭! 이상한 소리가 넘쳐 흐르게 나옵니다.
당연한 결과를 제대로 받아 들이느냐,
못 받아들이느냐가 심리적인 상태를 갈라버리기 때문에
당연히 소리 안나는거구나를 '인정'하고 가야
그 다음 순서도 제대로 밟아 나갈 수 있습니다.
"지레 포기하지 마라. 원래 안된다고 했지 않느냐
소리 안 나는 것은 재빨리 잊어버리고
왼쪽 손가락으로 코드 운지하는 것에 더 집중해서
정확하고 빠르게 누를 수 있게 연습하자." 라고 합니다.
기타 실력은 한 시간 연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
더욱 그렇습니다.
실력은 전반적인 상승이 이루어집니다.
오늘 안 잡히던 코드가 당장 10분만에
잘 잡히는 일은 없습니다.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2-3주도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잡힐 때까지
정확한 손가락 운지 연습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 됩니다.
조급증을 버리지 않으면 기타배우기 뿐 아니라
다른 어떤 것이든 배우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6개월. 1년 이런 단위로 배워야만
어느새 초급을 뛰어 넘는 중간 단계까지는
맛을 볼 수 있는 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