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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독학 정보

기타를 글로 배웠어요 7

켄지 0 2127

컨티넨탈 싱어즈는 짧게 두 달간 전국 교회나 단체 순회를 하면서 공연을 하는 일정으로 진행하는 단기팀이다. 공연 전 약 두 주 정도의 리허설 캠프를 통해 공연에서 연주될 곡을 연습한다. 한 번의 공연을 하면 대략 20곡 가까운 곡을 공연급으로 연주해야 했다. 아는 노래라고 평소처럼 대충대충 카피하는 수준으로는 안 됐다. 우리 팀 P 지휘자님은 수준이 높았고 요구사항도 많았기 때문에 거기에 충실하려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됐다. 합주 시간은 단 두 주뿐이기에 그 사이에 합주의 완성도를 최대한 높여야 했다. 캠프가 끝나면 곧바로 공연 시작이다. 아침 먹고 합주, 점심 먹고 합주, 저녁 먹고 합주가 이어졌다.   


  "아, 나 그 노래 알아."라는 말에는 엄청난 깊이의 차이가 있다. 음악을 하지 않는 일반인의 경우에는 후렴만 알아도 그 노래 안다고 말하는 편이고, 1절과 후렴을 안다면 완벽히 안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보통은 악기가 아니라 가사와 멜로디 위주로 듣는다. 악기를 배운 적 없는 사람들은 보통 악기 소리를 잘 못 듣는다. 드럼을 어떻게 치는지 맥락을 모르기 때문에 잘 들을 수 없고 베이스 기타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듣지도 못한다. 건반이나 패드 사운드 역시 머릿속에서 상상을 할 수 없으므로 거의 듣지 못하고 오직 멜로디와 어울리는 반주라는 걸 인식하는 정도로 음악을 듣는다. 레슨을 할 때는 중저음이 좋은 스피커로 노래를 들어보는데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하루는 트와이스의 뮤직뱅크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화면에는 잡히지 않는 남자 팬들이 목이 터져라 떼창을 불렀는데 국군방송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그들의 목소리는 전주의 리듬 섹션과 중주의 멜로디, 그리고 사이사이 짜여진 구호를 외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 팬들은 모르긴 몰라도 그 노래의 전주부터 엔딩까지 수 천 번은 듣지 않았을까. 악기를 모른다고 해도 전주부터 엔딩까지 거의 모든 음악적 요소들을 따라 부르고 있었고 어디서 어떤 악기가 어떤 멜로디로 어떤 리듬으로 튀어나오는지도 다 알고 있으니 평소 노래의 후렴과 가사 정도만 알고 있는 사람들과는 음악을 듣는 깊이가 현저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레슨생들에게도 물어보았다. 이런 전주 같은 거 따라 불러본 적이 있느냐고. 당연히 그런 경험은 하나도 없었고 있다고 해도 모든 노래를 그렇게 듣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가사와 멜로디 위주로 듣고 본격적인 악기 연주자가 아니고서는 반주에서 악기의 쓰임새를 들을 이유가 전혀 없다. 나는 그와 반대로 노래를 들을 때 거의 모든 섹션과 당김음, 전주와 중주의 멜로디를 입으로 따라 부른다. 집에 있던 60개짜리 클래식 CD를 들을 때도 늘 멜로디를 따라 불렀다. 어려서부터 가졌던 이러한 습관은 노래를 카피할 때 더 깊은 곳을 듣게 해주었다. 음원은 합주의 레퍼런스이고 선생님이다. 미디를 하면서부터는 내가 연주하는 악기 뿐 아니라 다른 악기들의 쓰임새까지도 익혀야 했으므로 자연스럽게 곡에서 사용된 악기들을 집중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고 잘 들리지 않는 악기의 멜로디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모든 노래를 이렇게 듣게 된 것은 미디가 만들어준 습관 때문이었다.  


  2주간의 리허설 캠프에서는 이러한 카피 습관이 완벽하게 작동했다. 물론 세션에게는 모든 악보가 제공되었다. 심지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베이스기타 연주 멜로디도 악보에 적혀있었다. 나는 멜로디 악보를 잘 볼 줄 몰랐고 악보를 따라가다가 더 많이 틀렸기 때문에 음원을 듣고 중요하거나 잘 틀리는 위치만 표시를 하는 식으로 악보를 사용했다. 나중에는 노래를 거의 외워서 치다시피 했으므로 악보를 쓸 일이 거의 없었다. 리허설 캠프 전부터 노래를 듣고 카피를 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 20곡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원곡 수준으로 카피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카피하는 것과 카피한 것을 좋은 연주력으로 연주해 내는 것은 전혀 다르다. 내 손가락은 충분히 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한다고 해도 터치라든지 센스 있는 느낌의 연주는 잘 되지 않았다. 노래를 카피하는 것은 익숙해져 있었지만 들리는 음을 베이스 연주하는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했다. 전문적인 악기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한 순간에 실력이 좋아질 리는 없었다. 손가락의 움직임은 하루 아침에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움직임을 훈련해야 하고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했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악기에 대한 실력적인 한계를 느꼈지만 캠프 10일간 나는 연주할 곡을 거의 외웠고 첫 공연부터 악보 없이 쳤다. 카피하고 외우는 건 잘 했다. 손가락이 문제였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좋아지는 데는 최소 몇 개월의 연습이 필요하다. 나중에 통기타 연습을 하면서 느꼈지만 내가 기타를 연습하면 기대했던 것 보다도 언제나 두 배, 혹은 세 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기대하던 실력 향상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훈련과 숙련의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나는 독학이 아니던가. 이게 맞는 길인지 알 수 없었다.   


  합주는 내가 연주하는 파트만 완벽하게 연주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다. 다른 악기와의 호흡이 더 중요하다. 어렵고 멋진 연주를 혼자서 한다 한들 템포가 살짝 틀어지거나 코드 전환 타이밍 살짝 엇나가기 시작하면 그것만으로도 합주는 엉망이 된다. 이런 것은 개인 연습으로 커버를 하고 합주 때는 정말 합을 맞추는 연습을 하게 된다. 다른 악기와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그 악기가 무엇을 연주하는지도 알아야 하고 서로의 연주를 파악하여 감각적으로 잘 맞도록 연습한다. '합'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많이 배웠고 실력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느낌을 받으며 합주를 했는데, 두 달 간의 사역을 끝내고 나서 느꼈던 것은 내가 이걸로 먹고 살 실력이 되는가?였다. 스치듯 지나가는 생각이었고 크게 대수롭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미 마음은 베이스 기타를 치며 살기로 작정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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