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습도 관리. 이 정도는 알고 계셔야 됩니다.
습도 관리에 관한 루머나 잘못된 정보들이 많은 관계로, 영하 10도를 오르내리고 있는 2021년 1월에는 이 부분에 관해 한 번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통기타는 얇은 악기이기 때문에 습도에 취약합니다. 습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기타에 심각하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그 어떤 외부적인 충격 없이 기타를 쪼갤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니 당연히 휘는것도 식은죽 먹기입니다. 피아노도 그 두꺼운 목재가 쪼개지고 뒤틀립니다. 나무로 만든 악기는 모두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습도가 높으면 일반적으로 상판이 심하게 부풀어 오르고 (물로 후판도) 넥도 앞으로 휩니다. 기타줄이 높아져서 연주하기가 힘들어지며 한국에서는 보통 여름에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습도가 낮으면 넥이 뒤로 휘어 버징이 생기고 바디가 홀쭉해집니다. 기타줄이 낮아져서 버징이 심각해지기도 합니다. 보통 가을부터 겨울을 지나 봄까지 건조합니다.
기타 넥이 휘어서 트러스로드를 조절할 수 있지만, 그것은 바디의 상판 높낮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므로 기타의 매커니즘을 잘 모르신다면 그냥 샵에 맡기시는 게 좋습니다. 다시말해, 트러스로드만 조절해서 될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다른 여러가지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1, 2mm 차이를 정확하게 유지하는 게 실력이고 기술입니다.
습도는 50% 내외를 유지해 주시면 됩니다.
기타를 관리하는 것은 연주하는 공간 자체를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게 안 된다면 기타를 보관할때만이라도 기타의 넥과 바디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댐핏이나 홀마스터는 바디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반쪽짜리고요. 이나마도 하드케이스에 넣고 관리하는 게 좋습니다. 전체관리할 수 있는 전용 캐비넷도 좋고요. 저는 결국에는 방 전체를 관리하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세세한 디테일을 말씀드릴게요.
1. 여름에는 습도를 낮추는 것이, 겨울에는 습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여름에 습도를 낮추려면 방법이 없습니다. 하드케이스에 방습제를 많이 넣어서 관리하시는겁니다. 얼마나 많이 넣어야 되느냐는 직접 습도계를 보면서 하셔야 되는데, 실리카겔은 꽤 많이 넣으셔야 됩니다. 그나마도 하케 문을 여는 순간 연주 공간이 습하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그리고 한철밖에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게 제일 나은 방법인거 같고요. 관련해서 적정 습도에서 습도를 방출하거나 먹는 섬유용품들이 있는데 이건 여름에 과포화가 되기 때문에 엄청 자주자주 건조시켜줘야 합니다. 그래서 사용하기 어렵고 습기를 먹는 용량또한 굉장히 약합니다. 한철 쓰고 버리는 실리카겔 몇주먹 정도는 하케에 넣어주시는걸 추천드립니다.
겨울에는 습도를 무조건 높여야 합니다. 한국은 4계절이 극명하게 나뉘므로 악기 관리가 어려운데요. 겨울에는 습도가 10% 밑으로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관리에 만전을 기하셔야 합니다. 합판은 갈라지는 일이 없어도 넥과 바디가 휘는 건 마찬가집니다. 일반 솔리드 기타들은 잘못된 보관만으로 운 나쁘면 하루만에도 쪼개질 수 있습니다. 보통은 몇날며칠 지나야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제 기타에는 일곱발의 쪼개진 자국이 있습니다. 1911년 경성에서 테라우치 총독 암살 때 갈라진 자립니다. 크랙이 두개죠...
유광이든 무광이든 칠이 얇은 기타는 작은 충격에도 바로 아작납니다. 나무가 쪼개지기 전에 유광 도막이 쪼개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락카 피니쉬) 낮은 습도는 넥도 휘게 만들기 때문에 연주감이 심하게 달라집니다. 버징은 겨울철에 급격히 많이 늘어납니다. 습도가 낮아지면 상판도 함께 낮아지므로 넥 조절만으로는 안 되며 습도 공급을 해주어 상판을 올리는 거 우선입니다. 그 후에 넥 조정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50% 균일 습도상태로 놔두시기만 해도 저절로 정상적인 상태가 됩니다.
제 경험을 예로 들어드린다면, 한 겨울에 엠티가서 뜨끈뜨끈한 방에서 기타치고 노는데 사람들이 문 열고 들어오는데 찬공기가 기타에 닿자마자 기타 넥 접합 부분이 '쩍'소리를 내면서 통째로 갈라졌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죠. 이건 온도차 때문인거 같습니다만, 기타는 단 몇 시간, 단 하루만에도 휘어지고 갈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겨울 버스킹은 합판 기타로 하시는 게 좋습니다. (안 하시는게 더 좋아요.)
* 습도가 확확 변한다고는 해도 기타가 어느정도 허용범위는 있어서 순식간에 역변하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같은 모델이라고 할지라도 목재의 상태에 따라서 변형에는 차이가 생깁니다. 케바케.
2. 습도는 체감으로 확인 불가능. 온습도계가 필요합니다.
습도가 낮은 것 같아라는 체감을 믿지 마시고요 정확한 습도계를 갖고 계셔야 합니다. 문제는 온습도계도 기기마다 심하게 차이가 나다는 것이며 보통 저가에 판매되는 온습도계는 오차범위조차도 차이가 날정도로 심각하게 안 좋습니다. 맞는 걸 찾아내는 건 비교해보지 않고는 찾기가 힘듭니다. 보정을 할 수있는 산업용 온습도계외에는 믿을 수 없습니다. 보급형으로 10만원대 초정밀 온습도계 정도 놓고 쓰시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3. 시중에 판매되는 습도관리 용품은 밖에 꺼내놓고 쓰는게 아니라 하드케이스에 넣고 쓰시는겁니다.
소프트케이스는 습도를 관리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라고 보시면 되고요. 적어도 폼케이스, 가능하면 우드 하드케이스는 되어야 합니다. 로그몰에서 판매되는 휴미캣같은 섬유용품은 관리를 잘 해주셔야 하며 하케가 아니면 습도관리의 의미가 없습니다. 댐핏류의 제품은 바디만 관리해주는 용품이기 때문에 넥이 휘는 것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하드케이스에 보관을 하시면 외부의 급격한 습도 변화에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좀 유리합니다. 문제는 하케에서 꺼내 장시간 연주할때인데 연주할때는 기타줄이 많이 튕겨지는 상황이므로 변형되는게 잘 느껴지지는 않으실 수 있는데 보이지 않게 조금씩 변화가 옵니다. 다시 하케에 넣으면 안정화 될거구요.
4. 공간 전체를 관리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러므로 집에서 취미로 기타를 연주하시는 분들은 작은 방을 하나 기타 전용으로 만드시고 그 방을 관리해주시는게 좋습니다. 여름에는 습도 상황에 맞춰 에어컨이나 제습기 틀어주시면 되시고요. 겨울에는 작은 가습기 하나 약하게 오래 틀어주시면 됩니다. 저는 두 평남짓한 방음실을 사용하는데 500ml정도 들어가는 가열식 가습기 하나로 습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방음실이라 밀봉되어 이게 가능한데 창문이 있는 집이라면 습도 관리가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온습도계 잘 체크하시면서 관리해 주시면 됩니다. 연주도 같은 방에서 하시고 되도록 밖에 안 가지고 나오신다면 겨울철 관리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어려운 경우라면 기타는 생활하는 공간에 두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창고에 넣지 마시고요. 베란다 피하시고요 차 트렁크는... 절대 안됩니다. 방 전체를 관리한다는 개념으로 밀봉 잘 해주시면 좋습니다. 창틈, 문틈 등 공기가 잘 통하는 부분을 잘 방어해 주시고요. 침대 옆에 꺼내두시고 관리하셔도 됩니다. 아무래도 큰 공간보다는 작은 공간이 관리하기에 더 유리합니다. 2-3만원짜리 가습기만 습도에 맞춰 잘 틀어주시면 겨울철 기타 관리는 굉장히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5. 단 하루만에도 기타는 쪼개질 수 있습니다.
문제라는 게 생길려면 단 한번의 실수로도 생길 수가 있는 것이라서 그런 부분을 잘 염두하시면 됩니다. 평소에 관리를 잘하면 기타는 허용 범위안에서 어느정도 변형에 강한 힘을 갖게 됩니다. 처음 기타업계에 들어왔을 때 어떤 사장님이 "기타는 여름겨울 한철 잘 넘기는 그 다음부터는 관리 적당히만 해도 된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직까지 검증은 못해보았지만 제 기타들 별 탈 없는걸 보면 기타 처음 사고 처음 1년 사이 관리 잘 해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관리 안 하시면 길어야 아무리 좋은 기타라도 3-5년 정도면 브릿지 휘고 상판이 s자로 우는 경우도 많이 봤고요 넥 각도 꺾여서 재활 불가능한 상황까지 가는 경우들도 많았습니다. 70-90년대까지만해도 기타관리에 관해서는 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떄 기타들이 몇 년 못 쓰고 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관리만 잘해주면 2-30년씩 잘 쓸 수 있습니다.
6. 결론
문제가 되는 것은 너무 습도가 낮거나 높은 곳에 오래 방치하는 것입니다. 기타를 연주할때는 꺼내서 연주하는 공간의 습도도 생각해야 하지만 이정도는 기타가 어느정도 버텨줍니다. 그리고나서 다시 적정 습도 상태로 유지가 되어야 정상적인 기타로 유지가 됩니다. 그러니 공간 자체를 관리해주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고 그게 관리가 더 쉬울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