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배우는 과정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통기타 레슨을 몇십 년씩 한 것은 아니지만 A코드부터 치셨던 분이 상대 음감으로 노래의 코드와 리듬을 카피하는 수업까지 진행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본다면, 기타를 배우는 과정은 느슨하게 하면 3년 이상, 집중적으로 하면 2년 내외에서 어느 정도 숙성된 중급 이상의 레벨에 올라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취미 영역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숙련이 되면 고급 연주는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 같더군요. 통기타를 가르치는 교사의 커리큘럼에 따라서, 혹은 혼자서 독학을 하면서 이리저리 헤매는 시간을 고려해 본다면 더 오래 걸리기도, 더 빨리 도달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통기타를 배우던 학창 시절, 누군가에게 별도의 가이드를 받은 것도 아니고 기타를 더 잘 치기 위한 연습이나 상향심 같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실력의 기초를 닦는데 20년 이상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최근의 연습을 통해 디테일이 조금씩 좋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모르긴 몰라도 일일기타에서 배우시는 분들은 저보다 10배는 빠르게 실력을 늘리실 수 있다는 것에 안도를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통기타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익힐 수 있기 때문에 배우는 과정에 정형화된 패턴이라는 것은 딱히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을 좀 더 단축한다거나 더 쉽게 친다거나 하는 '방향성'을 넣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커리큘럼의 경우에는 완만한 계단 같은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기타를 가르치는 수많은 커리큘럼 중에서 하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설명이 중요한 이유는, 기타를 어떤 방식으로 배워 나가야 하는지를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안심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배워갈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재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습니다. 자신의 실력에 맞지 않는 엉뚱한 연습에 시간을 뺏기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커리큘럼으로 연습을 하게 되면 자기 실력에 맞지 않는 무리한 난이도의 노래를 금세 가늠하게 됩니다. 어느 정도 레벨이구나 쉽게 파악됩니다.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하기 때문에 무리할 생각을 버리고 커리큘럼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혼자서 이거 연습하고 저거 연습하다가 제풀에 꺾이는 일도, 멀리 돌아가는 일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방향성을 가지고 한 두 가지 과정만 집중적으로 연습하여 기본기를 쌓고 하나씩 차곡차곡 실력을 키우면서 나아갈 수 있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기본기가 튼튼해지고 기본기 위에 새로운 연습 과제들을 쌓아나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실력은 이런 식으로 차곡차곡 쌓입니다. 쌓이지 않은 실력은 하나가 되기 어렵거나 흐지부지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떻게 더 잘 칠 수 있는지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실력 향상에 큰 뜻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항상 그 자리에 머무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실력이 향상되는 방향성이나 안목이 없다면 아무리 기타를 오래 쳐도 실력은 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통기타를 배우는 과정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통기타를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을 수 있습니다. 그분들은 이미 알게 모르게 숙련의 과정으로 들어간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습관이 이미 정착하여 난감한 상태일 수도 있고 습관도 실력도 모두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분들이 할 일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잘못된 습관이나 자세를 개선하고 머릿속에 체계만 담아두면 됩니다. 아래 글을 한 번 읽어보시면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순서는 초급 - 숙련 - 중급 - 숙련 시스템입니다. 상대 음감적 부분은 제외하였습니다.
-----
1. 초급
초급의 목표는, C#m나 F코드 같은 바레 코드를 원활하게 바꾸면서 기본 6가지 리듬을 익힌 통기타 연주를 위한 최소한의 스킬을 습득한 상태를 말합니다. 바레 코드를 기준으로 두는 이유는 가장 단순하면서 난이도 있는 코드가 바레 코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6가지 리듬은 스탠더드이기 때문에 기본 리듬만으로 칠 수 있는 노래들로 연습하면 됩니다. 코드도 초급에서 배우는 14개 코드가 템포에 맞춰서 전환이 잘 되면 됩니다. 코드 14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기본 코드와 기본 리듬을 충분히 연습해보실 수 있습니다. 그 후 코드 14개에서 조금 더 확장하여 세븐 코드 정도까지만 다루시면 초급에서 다룰 수 있는 기본 코드는 다 다루게 됩니다. 더 복잡한 코드들은 기본 코드가 잘 익혀지면 그 후에 하시는 게 좋습니다. 기본 코드는 정말 수도 없이 많이 쓰기 때문에 코드 전환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초급에서 급하게 넘어가실 필요는 없고요. 기본기가 손가락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초급에서는 코드를 외우고 리듬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코드 전환을 잘 해야 합니다. 느린 템포에서 박자에 맞춰 정확하게 코드를 전환하는 그 코드 전환 말이죠. 손가락이 박자에 맞춰 딱딱 움직여지지 않기 때문에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고급으로 넘어가도 더 어려운 운지의 코드들이 나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숙련이 되기 전까지는 전적으로 코드 전환 싸움이라고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레벨에 맞는 코드를 익히고 전환 연습을 숙련시키는 겁니다. 워십 기타 스타트에서는 코드를 굉장히 완만하게 배워나가게 되는데 코드를 배우면서 전환 연습까지 병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급하게 진행하면 바로 어려운 곡으로 넘어가버려 손가락이 숙련되지 않아서 빠른 템포와 어려운 코드를 왼손이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급 실력에서는 기본기가 충분히 손가락에 익혀질 수 있도록 숙련의 과정으로 들어가면 좋습니다.
▶ 독학의 시작과 리듬 기초 과정이 초급 과정에 해당합니다.
-----
2. 초급 숙련
초급에서 숙련의 과정으로 들어가면 배운것만 익숙해질 만큼 연습하면 됩니다. 기술을 익히면 손가락으로 표현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잘 표현되도록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숙련이 중요한 이유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똑같은 코드와 리듬으로 연주하는데 사람마다 연주의 완성도가 다르거든요. 이것은 동일한 연주를 반복하면서 생기는 익숙함에서 나옵니다. 그러니 기본기를 갈고닦아서 숙련하지 않고는 숙련된 사운드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 과정은 별도로 교재가 필요하다거나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연주를 반복하면서 정형화된 스타일로 만들면 됩니다. 손가락의 움직임도 많이 정리가 되고 스트럼 자세도 안정됩니다. 그래서 동일한 연주를 반복할수록 안정감이 좋아집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상향심입니다. 동일한 것을 어떻게 더 좋은 소리로 만들어갈 것인가. 사운드의 향상을 위한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코드 운지하는 자세를 아주 조금 바꿔서 소리가 끊어지지 않게 만든다거나 스트럼 자세를 개선해서 저음과 고음을 골고루 낸다거나 하는 방향성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서 기초 과정의 내용들이 내면화되고 언제든 연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가게 되어 중급에서 필요한 기본기들은 모두 채워지는 실력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단순히 숙련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중급 과정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숙련의 시간을 꼭 갖춰야 된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중급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약간의 텀을 두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중급부터는 본격적으로 코드의 전개를 익힌다거나 리듬의 변화를 추적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연주로 발전하기 때문에 지금 기본기를 탄탄하게 만들어야 더 정교한 연주에 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중급 이상에서는 확실히 난이도가 높아져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으므로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숙련해 나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
3. 중급
중급 난이도가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코드와 리듬을 확장하게 됩니다. 코드를 확장하는 것은 기본 코드만으로는 더 나은 음악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악기적인 특성을 이용하여 코드의 운지와 방식을 바꿔 보이싱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 연주에 적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설명해 기본 코드 위에 약식 코드를 사용하고 텐션 코드와 분수 코드를 활용하고 12 프렛 지판을 모두 사용하여 연주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12 프렛까지 확장하여 연주를 하면 다양한 위치에서 코드를 누르는 연주도 가능해집니다. 5 프렛, 7 프렛 위에서 코드를 연주하면 음역대가 달라지면서 연주의 느낌이 많이 바뀝니다. 이러한 코드의 위치까지도 곡마다 어떻게 사용할지 다양하게 연결할 수 있게 되므로 연주의 해석력이나 응용능력이 향상됩니다. 더불어 난이도 높은 코드 연주까지 소화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부터는 정말 어려운 코드 운지가 쏟아집니다. 연주 중간에 잡아야 하므로 순발력도 많이 필요하고 한 번에 운지해야 하는 정확성도 필요합니다. 이때부터는 기초에서 숙련되지 않은 손가락은 살아남기 어려운 파트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초급은 그냥 장난에 불과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것 역시도 아무렇게나 접근하기 보다는 맥락에 맞게 접근하시면 무리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연주가 완성되실 겁니다.
이렇듯, 중급에서의 코드는 음악적 이론과 기타 지판의 이론적 부분으로 확장됩니다. 기타에 대해서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는 것이지만, 코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한 개념과 코드 이론에 대해서 배울 필요가 있으며, 코드가 지판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확장되는지 지판의 특성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므로 난이도가 생각보다 높아집니다. 여기서 배운 내용을 실제 곡 연주에 적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적용에 대한 것은 어디에서도 다루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연주에서 코드를 어떻게 구사할 것인지 설계하고 연주에 적용하시면 됩니다. 어려운 코드라도 많이 사용할수록 익숙해집니다. 그래서 보통 중급 숙련 과정에서 적용할 때 누가 더 이해하고 적용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이제 리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리듬의 확장은 기본 리듬이 충분히 숙련된 상태에서 시작 됩니다. 그리고 중급부터는 음악적인 리듬 영역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리듬은 리듬 하나가 노래 시작부터 끝까지 사용되는 방식이 아니라 구간구간 바뀌고 강세가 변하면서 다양하게 변주됩니다. 노래 하나에 여러 가지 리듬이 사용되고 그것은 곡의 구조에 맞춰 커졌다가 작아졌다를 반복합니다. 그러므로 어느 순간부터는 리듬을 곡이 진행하는 분위기에 맞게 변형하게 됩니다. 이것은 노래를 들으면서 일정한 양상으로 변형되는 방식을 캐치할 수 있어야 하며 곡의 구조에 맞춰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걸 우리는 빌드업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빌드업의 구조에 맞춰 초급에서 배웠던 리듬을 확장하고 축소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리듬을 보다 정교하게 다루게 됩니다.
리듬을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그 속에서 송폼의 구조와 리듬의 구조를 파악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리듬 연습보다 음악을 듣는 게 더 중요합니다. 코드에서는 음악 이론과 지판 이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면, 리듬은 노래를 음악적으로 이해하는 송폼, 리듬을 확장하고 축소하는 빌드업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듬을 익힐 때는 음악을 많이 듣고 분석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4. 중급 숙련
마지막으로 중급의 숙련과정인데요. 연습할 내용을 한가득 배운 상태에서는 숙련하는 것이 꽤 오래 걸립니다. 코드 운지가 하나같이 어렵기도 하거니와 머릿속에서 연상도 잘 안 되고 계속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합니다. 코드에서 음악이론과 지판의 이론, 리듬에서는 송폼과 빌드업의 네 가지 요소를 활용해 보다 수준 높은 연주로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정말 원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음악에서 표현된 모든 것을 듣고 소화하여 자신만의 연주로 만들어 나가게 됩니다. 어느 순간에는 일정 수준에 서서히 정착하게 될 것이고 자신이 정착한 레벨로 음악을 이해하고 연주하게 됩니다. 이 기간이 굉장히 깁니다. 아마 평생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음악에 완성이란 없으며 배울 것은 언제나 끊임없이 생깁니다.
그리고나서는 이제 자신만의 음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고급 연주의 과정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수업이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자신만의 음악을 하게 되는 것이고 이 방향성대로 나아간다면 아티스트가 되실 겁니다. 대부분의 취미 연주자, 그리고 예배 반주자들은 숙련의 과정까지 접어들면 그 어떠한 노래라도 원만하게 해결해 내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본기와 연주력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이쯤 되면 곡의 해석이 더 중요해집니다.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느냐가 연주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해석하고 분석해야 곡의 완성도에 걸맞은 연주를 할 수 있기에 많은 곡을 듣고 이해하면서 다양한 음악적 해석 능력을 기르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이 음악 비전공의 영역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별맛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