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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독학 정보

기타 배우기 전에 꼭 필요한 마음가짐.

켄지 0 6936

안녕하세요 켄지입니다. 

브런치에 '매일매일 통기타'라는 매거진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올렸던 내용도 중복이 되고 그럴텐데  

기타 독학에 관해 전체적인 조망을 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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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돼서 화딱지나

뭐가 잘 안 되는 거냐면, 소리가 잘 나지 않고, 코드가 잘 잡히지 않고, 코드 전환이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 용납할 수 없는 이유는 자기 주변 사람들은 기타를 친다고 하면 너 다할 것 없이 아주 손쉽게 기타를 치기 때문이다. 그걸 살짝 기억해 내서는 "걔도 치는데 내가 못할까 싶냐"면서 기타를 잡는 것이다. 이것은, 기타를 잡는 태도부터 아주 불순한 생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그 친구의 오랜 시간을 들인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며 기타라는 악기는 누구나 칠 수 있는 악기라고 치부하는, 뜯어고쳐야 하는 마음가짐이다.

 

사람들은 통기타를 쉽게 생각한다. 다른 표현으로는 '우습게' 본다. 그렇게 우습게 봤다가 집에 모셔둔 기타가 모르긴 몰라도 전국적으로 수백만 대는 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기타, 바로 그 기타, 오랫동안 치기 위해서 개중에서 고르고 골라 좋은 녀석으로 장만했던 그 기타, 애지중지 이름까지 붙여주었던 당신의 그 기타는 지금 안녕하신가요. 지금 당장 꺼내서 상태가 어디 안 좋은지 살펴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기타 줄이 썩어 있거나 심하게 휘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통기타는 그 어떤 악기보다도 대중적이면서 전문적이고 실력 차이에 따라서 월등한 표현력 차이가 나는 악기이지만 정작 초보들은 "금방 치겠지."라고 생각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통기타 배우는 데는 꽤 오래 걸린다. 최소 6개월에서 1-2년 정도로 길게 보아야 한다. 3개월 완성? 이란 없다. "야, 너 이 정도면 괜찮게 잘 치는 거야, 완성했어. 파이팅!" 선생님이 이렇게 얘기해 줄 때나 완성이지 (사실 말도 안 되지만) 그 실력은 어디에 갖다가 내놓을 실력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기타를 잡고 첫 연습시간이 되면 기본 코드부터 잡아보고 기타 줄을 튕겨서 소리를 내보는데 웬걸. 기타가 아무런 소리도 내주지 않으면서 굉장히 시끄럽고 아늑하지 않은, 불편한, 소위 말해 못 치는 사람의 기타 소리를 내는 것이다. 내가 치고 있는데! 잘 치는 친구를 둔 내가 치는 중인데, 기타는 꿈쩍도 않고 소음에 가까운 소리만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2-30분만 하면 화가 절로 나고 왜 안되냐며 선생님에게 투덜거리게 된다. 그러나 이 사람은 아마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원래 기타는 소리가 잘 안 나는 악기라는 걸.

 

사실 소리 안 나는 것은 나중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변의 비교 대상보다 내가 더 못 친다는 사실이다. 비교된다는 것은 이렇게 무섭다. 자기 페이스를 찾지 못하게 함으로써 멘틀을 붕괴시킨다. 기타를 잡은 첫날부터 비교 대상보다 더 잘 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굳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이 치는 기타 소리가 영 듣기 싫을 때는 기타를 치기 싫어진다. 어찌 보면 소리가 잘 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초보들은 그것에 굴복할 마음이 없는 듯 왜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느냐며 불쾌해하는 것이다.

 

한 술에 배부르지 않다. 수십 숟가락집어넣어야 배가 차는 것이지 몇 번 먹어서 배부를 리가 없다. 기타라는 악기는 원래가 실력이 없으면 소리도 나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초보들은 통기타가 이런 악기라는 것을 기타를 사고 나서, 그리고 처음 기타를 배우고 나서야 알게 된다. 쉬울 줄 알았던 기타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밤 잠을 이루지 못한다.

 

 

 

 

처음인데 잘 될 리가 없잖아.

예를 들어, 자전거를 한 번에 탄 사람이 있는지 묻고 싶다. 배워본 적도 없고 아버지가 뒤에서 잡아준 적도 없이 한 번에 두 발 자전거를 숙달된 조교처럼 척척 탄 사람이 있는지 말이다. 그렇게 인라인을, 요가를, 스케이트를, 서핑보드를, 춤을, 스케이트보드를 한 번에 그럴듯하게 하는 사람. 나는 한 번도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학습이란 본디 무한 반복에서 오는 익숙함을 체득하는 경지에 이를 때에야 비로소 스타트라인에 설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언어든 수학이든 하여튼 뭐가 되었건 마찬가지다. (아, 수학은 아닌가...)

 

 

통기타는 처음 배울 때는 음악 활동이 아니라 손가락 운동 능력을 가지고 소리를 내는 게임에 가깝다. 음악이론을 주야장천 배운다고 해서, 아니 음악 이론이 빠삭한 작곡 전공자가 기타를 배운다고 해도 기타를 처음 배울 때는 악기의 특성으로 인해 절대 기타를 잘 칠 수가 없다. 을 알 못 초보들이 기타를 배워도 음악 이론을 먼저 배워야 할까? 그렇지 않다. 우선 통기타를 일상에서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기본기를 충실히 배워두고 나중에 궁금해질 때 음악 이론으로 무장하면 실력이 더욱 일취월장해지는 것이다. 음악은 느끼는 것이지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공부는 대학에서 전공하는 사람들이 하면 된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좋은 음악을 선물해 줘야 하니까 그런 공부가 필요한데 우리는 그렇게 주어진 음악을 즐겁게 듣고 기타 연주로 활용하면 되니까 초보 시절에는 우선 즐겁게 치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취미를 공부하면서까지 하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손가락으로 기타 줄이라는 것을 눌러본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면 기타는 잘 칠 수 없다. 배우려고 시작한 순간 "나는 내 손가락의 운동 능력을 지금보다 더 유연하고 정교하며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동시에 힘도 세지고 무언가를 세게 누르는 능력도 월등하게 만들어야지!"라는 다짐이 필요하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동작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가들의 시행착오를 기억해야 한다. 기어 다니던 아이는 수 백, 수 천 번을 넘어지는 실패 경험이 있어야 벌떡 일어서서 균형이라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수 백 수 천 번의 실패 경험이 지금 한 번도 없는데 기타 코드가 잘 눌러지고 스스럼이 잘 쳐진다?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여기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그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지를 궁금해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른 방도가 사실 없다. 수 천, 수만 번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달랑 몇십 번 쳐보고는 왜 잘 안 되느냐고 묻는 것은 연습에 대한 모독이다. 통기타는 그 누구도 타고난 실력이 아니라 연습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행동을 하면서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그래서 한마디 해준다.

 

"응, 원래 잘 안돼."

 

연습량이 쌓이지 않으면 코드 폼이 머리에서 외워지지 않고 손가락에서 자세가 기억되지 않고 코드와 코드 사이를 전광석화와 같이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 우연히 살면서 기타 코드 잡는데 좀 더 유리한 힘을 갖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살면서 몇이나 될까. 이런 우연이 나에게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타를 포기하는 것은 평소 그 사람의 생활 태도를 살짝 엿볼 수 있게 한다. 그것은 근성 없고, 요행을 바라며 숙련됨 없이 성공만 바라는 연습생을 잔정 하는 증거 들일 뿐이다. 그런 사람에게 통기타님은 좋은 소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올바른 학습자의 태도

그리하여 우리가 취미로 배울 통기타를 맞이하는 태도는 사뭇 진지해야 한다. 연습량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 올리지 않으면 탑을 공들여 쌓을 수 없는 것이다. 기타라는 게 중요한 테크닉 하나만 잘 한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기초적이고 전반적인 교육 내용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연습해 나가야 한다. 손가락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코드 전환만 집중 연습을 해야 한다.

 

음악에 대한 이해나 실력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기타 초보는 누구나 탈출할 수 있다. 주어진 코드 진행과 리듬을 배운 대로 연주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것에 익숙함과 숙련됨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교사는 이 반복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잘 구성해야 한다. 그렇게 수 천 수만 번을 칠 수 있도록 유도해야 코드 잡는 방법이 왼손에 각인되고 체득되는 것이다. 그렇게 손가락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코드 전환만 집중 연습을 해야 한다.

 

만약 체득이 되기 전에 기타를 그만두면, 다시 말해 배운 코드가 머릿속에서 상상하면 바로 그려지고, 그 그려진 이미지가 손가락 끝에서 코드 운지로 나올 수 없다면 그 사람의 기타 실력은 다시 초기화될 확률이 크다. 그러나 코드를 생각하면 머리에 코드 운지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그걸 번개같이 잡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면 그것은 즉시적인 반응으로 코드 운지를 체득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체득이 되면 기타를 몇 년간 치지 않아도 아주 손쉽게 기억을 되살릴 수 있고 불과 몇십 분 만에도 오래전의 기타 실력을 다시 정상적으로 되찾을 수 있게 된다. 대학 때 기타를 열심히 치다가 중년이 되어 기타를 다시 구매하시는 분들의 경우 하는 얘기는 매번 똑같다. "허허 대학 때 쳐보고 한 번도 안 쳐봤는데..." 이런 분들 신기하게도 잘 치신다. 이것이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안타깝지만, 이 시기에는 코드를 잡은 소리가 잘 나지 않는다. 뭉툭한 소리가 나기도 하며 아예 소리가 안 나기도 하지만 그건 괜찮다. 좋은 소리를 내기보다는 정확하게 코드를 운지하고, 코드 전환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더욱이 완전 기타를 처음 치는 사람은 채 5분도 코드를 잡을 수 없다. 손가락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잘 안 되는 이유가 여기(굳은살)에 있기도 하므로 손가락이 아파서 물집 잡혀 터질 때까지 그런 식으로는 연습하지 않아도 된다. 아프면 잠깐 쉬는 방식을 택해서 코드의 운지와 전환 방식에 대해 더 많은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연습량을 늘려야 한다.

 

그러니 급하게 하지 말자. 급하게 하면 망가질 뿐이다. 소리가 안 좋게 나오고 코드 전환이 급해지면서 리듬이 무너진다. 이런 건 초보들이나 하는 실수인 것이다. 성격이 급하면 초보들이 하는 실수를 영원히 반복하게 되어 기타를 잘 칠 수 없게 된다. 차분하고 진정성 있게 경건한 마음으로 배우는 코드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좋은 소리를 만들 수 있도록 오른손으로 튕기는 연주 하나하나에 완성도를 높여가게 된다. 이 과정이 모두 천천히 느리게 진행된다. 한 스텝 한 스텝을 지긋이 천천히 밟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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